1. 밀키트 산업의 황금기
한때 밀키트(Meal Kit)는 외식과 배달 음식의 대안으로 각광받았습니다. ‘간편함’과 ‘집밥의 감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폭발적인 수요를 경험했습니다. 쿠팡, 마켓컬리, 이마트, 오뚜기, CJ제일제당 등 대형 유통업체와 식품기업들이 속속 밀키트 시장에 뛰어들었고, 브랜드 수도 급증했습니다.
- 2020~2021년: 밀키트 시장 규모는 약 2000억 원대에서 5000억 원대로 성장했습니다.
- 홈쿡 열풍과 1~2인 가구 증가가 핵심 성장 요인이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부터 시장 분위기는 급격히 식기 시작했습니다.
2. 밀키트 산업의 하향 곡선: 몰락이 시작되다
▶ 1) 가격 대비 만족도 하락
밀키트는 편리하지만 가격이 비쌌습니다. 1~2인분 기준으로 1만 원 이상, 일부 제품은 2만 원대에 이르렀습니다. 동일한 금액이면 외식이나 배달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났습니다.
게다가, 일부 밀키트는 조리 시간이 20~30분 이상 걸리고 설거지거리도 많아 ‘간편식’이라는 본질에 어긋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2)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의 부재
밀키트는 재고 부담이 크고, 보관 유통 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이기 때문에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모두 원가 부담이 큽니다. 또, 레시피 개발, 식자재 공급망, 물류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데 드는 고정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 결과, 많은 업체들이 매출은 늘었지만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로 진입했고, 결국 철수하거나 축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 3) 소비자 트렌드 변화
포스트 코로나 이후, 소비자는 다시 외식과 배달로 돌아섰습니다. 바쁜 현대인에게 밀키트는 생각보다 번거로운 선택지가 되었고, 특히 2030세대는 '즉시 만족 가능한 소비'를 더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유튜브, 틱톡 등을 통해 레시피 콘텐츠가 넘쳐나면서, 직접 장 보고 간단히 해 먹는 게 더 싸고 낫다는 인식도 생겼습니다.
3. 주요 기업들의 철수와 구조조정
밀키트 산업의 몰락은 수많은 브랜드의 사업 철수로 이어졌습니다.
- CJ제일제당: 자체 밀키트 브랜드 '쿡킷'을 2023년 초 철수
- 오뚜기: '오늘의 식탁' 브랜드 운영 종료
- GS리테일: 밀키트 브랜드 ‘심플리쿡’ 정리 수순
- 마켓컬리: 밀키트 카테고리 확장 중단, 수요 감소 반영
이처럼 시장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제 밀키트는 더 이상 유망 산업이 아닌, 선택적으로 유지되는 틈새시장이 되었습니다.
4. 밀키트가 실패한 진짜 이유
✅ 단기 유행성 소비에 의존
밀키트는 본질적으로 팬데믹 특수에 기대었던 제품이었습니다. 위생 우려, 외식 제한, 재택근무 등의 일시적 조건이 사라지자 매력도 급감했습니다.
✅ 브랜드 과잉과 레드오션화
밀키트 제품은 경쟁 포인트가 제한적이었습니다. 고급 재료, 셰프 레시피, 전통 메뉴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제품 간 차별화가 어렵고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 소비자의 기대와 괴리
소비자는 ‘간편하고 저렴하며 맛있는’ 제품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밀키트는 조리의 불편함, 높은 가격, 맛의 한계라는 세 요소 모두에서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5. 밀키트 시장의 생존 전략과 대안은?
▶ 1) 고급화 및 프리미엄 전략
일부 기업은 한식 고급화, 지역 전통 음식 재현, 비건 밀키트 등의 차별화 전략으로 생존을 모색 중입니다.
예: 프리미엄 한정식 밀키트, 캠핑용 특화 밀키트
▶ 2) B2B 채널 확대
가정이 아닌 숙박업소, 호텔, 기업 복지몰, 병원, 군부대 등 기업 고객(B2B) 중심으로 수요를 재편하려는 시도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 3) 혼합형 HMR 제품으로 전환
밀키트와 즉석식품의 중간 형태인 반조리 간편식(HMR) 제품으로 방향을 바꾸는 사례도 많습니다.
예: 냉동 볶음밥, 레토르트 찌개 등
6. 소비자 입장에서 밀키트의 미래는?
밀키트 산업은 몰락했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틈새시장’에서 작지만 충성도 높은 수요층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입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소비자층은 여전히 밀키트 수요가 존재합니다:
- 혼밥족 중 요리 흥미 있는 1인 가구
- 건강식을 간편하게 즐기려는 중장년층
- 캠핑, 피크닉 등 야외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
하지만 대중적인 트렌드에서 밀키트는 이제 과거형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결론: 밀키트 산업, 거품이 꺼지고 본질로 돌아가야
밀키트의 몰락은 단순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아닙니다. 이는 소비자의 기대와 제품이 얼마나 괴리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편의성과 가격, 맛, 차별화라는 네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교훈도 남깁니다.
앞으로 식품업계는 '간편함'이라는 매력 하나만으로 승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진짜 소비자 중심의 식문화 혁신, 그것이 밀키트 몰락 이후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본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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