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우리가 버린 옷의 종착지, 그리고 그 환경적 대가 : 패스트패션의 그림자와 지속 가능한 소비의 필요성

sjay one 2025. 5. 1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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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버린 옷의 종착지, 그리고 그 환경적 대가 : 패스트패션의 그림자와 지속 가능한 소비의 필요성

우리는 옷을 너무 쉽게 버리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옷은 ‘소비재’로 전락했습니다. 한때는 계절에 맞춰 옷을 마련하고 몇 년씩 입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세일과 신상품 알림에 따라 무심코 옷을 사고, 별다른 고민 없이 버립니다. 하지만 우리가 손쉽게 버린 그 옷들은 정말 ‘사라진’ 걸까요?

실제로 많은 옷들이 쓰레기 매립지로 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거함이나 기부함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 것이라는 기대 속에 배출된 옷들은, 세계의 한켠에서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입고 버린 옷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디로 향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우리가 버린 옷은 어디로 가는가?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매년 엄청난 양의 의류가 버려집니다. 일부는 중고 매장이나 재활용 업체를 통해 새 주인을 찾지만, 팔리지 않는 상당수의 의류는 해외로 수출됩니다. 주된 목적지는 인도, 캄보디아, 파키스탄, 그리고 아프리카의 가나, 케냐, 탄자니아와 같은 개발도상국입니다.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 위치한 ‘칸타만토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중고의류 시장 중 하나입니다. 이곳엔 매주 약 500만 벌의 옷이 쏟아져 들어오며, 한국산 옷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옷이 재판매되는 것은 아닙니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의류의 약 40~50%는 결국 누구에게도 팔리지 않고 그대로 쓰레기가 됩니다.


2. 쓰레기 옷이 만든 ‘의류 쓰레기 강’

판매되지 못한 옷들은 어디로 갈까요? 이상적으로는 폐기물 처리 시설에서 소각되거나 매립돼야겠지만, 문제는 그 양이 너무 많아 지역 폐기 인프라가 감당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옷들은 시내 하천이나 해변, 또는 시장 근처의 공터에 무단 투기됩니다.

가나의 아크라에는 실제로 버려진 옷들로 인해 ‘의류 쓰레기 강’이 형성된 지역이 존재합니다. 소들은 풀 대신 합성섬유 쓰레기를 먹고 있으며, 해변에는 해마다 밀려드는 옷더미가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오염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건강, 수자원, 생태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환경 재앙입니다.


3. 패스트패션의 역설: 생산은 늘고, 사용은 짧다

이처럼 의류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는 배경에는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빠른 생산 주기를 앞세운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은 매주 신상품을 쏟아냅니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유혹되어 쉽게 옷을 구매하고, 유행이 지나면 또 쉽게 버립니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약 9300만 톤의 의류가 폐기됩니다. 하루 평균으로 치면 2,500만 벌 이상이 버려지는 셈입니다. 의류 생산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배 이상 증가했으며, 반면 사람들이 하나의 옷을 착용하는 평균 횟수는 36%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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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옷 한 벌이 남기는 환경 발자국

의류 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버려지는 쓰레기’ 문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옷 한 벌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어마어마한 자원을 소비합니다.

  •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물은 약 2,700리터입니다. 이는 한 사람이 3년 동안 마실 수 있는 물의 양입니다.
  • 염색 및 가공 과정에서는 화학물질과 에너지가 대량으로 사용됩니다.
  • 세계 전체 산업 폐수의 20%는 패션 산업에서 배출됩니다.
  • 의류 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항공 산업과 해운 산업을 합친 것보다 많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합니다.

특히 폴리에스터, 나일론, 아크릴 등 합성섬유는 분해되지 않으며, 세탁 시마다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해 수질오염의 주범이 됩니다. 이 미세플라스틱은 하천과 해양을 거쳐 인간의 식수원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5. 개발도상국이 떠안은 선진국의 소비 후폭풍

패스트패션은 선진국의 소비 편의성과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는 동시에, 그 폐해는 개발도상국의 환경과 삶에 전가되는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중고의류가 도착한 나라들에선 기존의 의류산업이 붕괴되고 있으며, 폐의류 처리를 둘러싼 갈등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가나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통제하려 했으나, 글로벌 유통망과 무역 구조 안에서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재활용률을 높이는 수준이 아닌, 전 지구적 소비 행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6. 가장 지속 가능한 옷은 이미 내 옷장에 있다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관심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소재, 윤리적 생산, 재활용 기반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실천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덜 사고, 오래 입기’**입니다.

이미 있는 옷을 잘 관리해 오래 입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 벌의 옷을 9개월만 더 입어도 온실가스 배출량, 수자원 사용량, 폐기물 발생량을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

  • 충동 구매보다는 필요 구매를 고민하기
  • 세탁 시 세탁망 사용으로 미세플라스틱 유출 줄이기
  • 중고 거래, 리페어 서비스 활용하기
  • 옷을 버릴 땐 꼭 분리배출 또는 인증된 수거함 이용하기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

우리는 매일 아침 옷을 고릅니다. 그 선택이 단순히 ‘스타일’에 관한 것이 아니라, 지구와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이 될 수 있습니다.

값싼 가격에 유혹되어 쉽게 산 옷, 몇 번 입고 쉽게 버리는 습관은 그 자체로 환경 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가 조금만 더 신중하게 소비하고 오래 입는 습관을 들인다면, 패션은 더 이상 환경 파괴의 주범이 아닌, 지속가능한 문화의 일환이 될 수 있습니다.

옷장을 열어보세요. 거기에는 이미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첫 걸음이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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